"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순환적, 윤회적 완성에서 벗어나서 세속의 사계를 미완에 둔 사랑이야기..
여자는 소통하길 원하고,
남자는 통하기를 원한다.
가슴이 뚫리고, 날개도 짝짝이인 불균형은 남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 일 듯.
남편의 외도로 가슴에 상처를 받고, 완전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여자는 한 사형수의 자살시도 소식을 듣는다.
남편과는 말도 하지 않던 그녀는 사형수를 찾아가 봄, 여름, 가을의 테마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킨다. 여자는 꾸준히 사형수에게 말을 걸며 소통을 위한 시도를 하지만, 사형수는 여자가 올 때마다 준 머릿카락 한 가닥, 어릴 적 사진, 수영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 누드의 여자 사진에 점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여자와의 육체적 사랑만을 추구한다.
어쩌면 여자는 소통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남편과 대화를 단절한 이유는 외도 자체로써 자신이 더이상 남편의 육체적 사랑에 만족을 줄 수 없는 존재라 인식했기에, 사형수에게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육체적 사랑을 줄 수 있는 완전체이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성녀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사형당할 사형수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죽지 않기를, 자신과 같이 비참한 인생도 살아가고 있는데 어차피 곧 죽을 목숨 하루 당겨 무엇하겠느냐며 삶의 희망을 지펴주고 싶은 성녀말이다.
어쨌든 여자는 꾸준히 "봄(봄이 왔어요), 여름(해변으로 가요), 가을(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불러주며 사형수와의 소통을 시도하지만, 사형수는 그 여자에게 단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한다. 여자도 그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남편은 여자가 찾아가는 곳이 사형수를 만나기 위해 가는 것임을 알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자신이 외도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사형수를 만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남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끊임없이 연락이 오고, 찾아오는 내연녀. 그리고 두 번째 자실시도를 한 사형수.
여자는 겨울의 테마로 다시 사형수를 찾아간다.
아무런 준비 없이, 여자는 속옷 차림으로 사형수를 맞는다. 예전처럼 노래도, 대화도 없이 사형수를 맞고 사형수는 무작정 사랑을 나눈다.
어쩌면 여자는 사형수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존재가 단지 육체로서만 있는 것이 아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일 수 있음을 여전히 감지하지 못하는 사형수를 죽이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여자는 손으로 사형수의 코를 잡고 입으로 사형수의 입을 막아 죽이려 한다.
그리고 남편,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돌아가며 부른 노래.
"눈이 내리네"
여자는 지금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다. 남편이 자신의 노래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고 함께 돌아 오는 길에서야 비로소.
김기덕의 영화는 워낙 말수가 적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 떠들게 만든다. 사소한 것에도 의미가 있고, 사소한 장면도 놓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어떤 때에는 별 장치 없이 그냥 만들어진 장면임에도 그 장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꿈보단 해몽이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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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숨을 재밌게 보고 이런저런 검색하다 이곳까지 왔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행간의 의미가 이 영화에서는 부드럽게 나타난 것 같아요.
그래서 김기덕 감독 영화 중 가장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수취인불명'도 재미있게 봤었는데..ㅋ
'시간', '숨'으로 이어지는 대중적 소재로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특히 저같은 잡식성 관람객에겐 반갑기만한;;;ㅋ